경로당 스마트팜 사업, 대한노인회에 제안하기 전 확인한 것
요즘 내가 PM으로 추진하고 있는 사업 가운데 하나가 송산버섯 스마트팜과 대한노인회를 연결하는 일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번 프로젝트에서 내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스마트팜을 어떻게 파느냐가 아니었다. 대한노인회와 경로당 입장에서 이 사업을 정말 해야 할 이유가 있는지부터 확인하는 일이었다.
이 글은 세 가지를 다룬다.
내가 스마트팜 제안서에서 가격과 운영 조건을 어떻게 다시 확인했는지, 전국 경로당 현황을 왜 다시 살펴봤는지, 그리고 기업의 제품 설명을 기관이 이해할 수 있는 사업 언어로 어떻게 바꿨는지다.
처음 두 곳을 연결해보자는 이야기가 나왔을 때는 얼핏 궁합이 좋아 보였다.
한쪽에는 버섯을 재배하는 스마트팜 기술이 있다.
다른 한쪽에는 전국에 많은 경로당과 어르신들이 있다.
그러면 경로당에 스마트팜을 설치하고 어르신들이 버섯을 재배하면 되는 것 아닌가.
처음에는 나도 그렇게 단순하게 생각했다.
그런데 실제 자료를 놓고 사업컨설팅을 시작해보니 문제가 하나 있었다.
좋은 제품과 큰 기관을 연결한다고 좋은 사업이 되는 것은 아니었다. 기관이 왜 이 사업을 해야 하는지부터 설명할 수 있어야 했다.
그 과정을 정리해본다.
1. 스마트팜 가격 6,900만원을 보고 내가 먼저 확인한 것
사업자료를 처음 받아보면 장점부터 눈에 들어온다.
그런데 나는 사업컨설팅을 할 때 장점보다 먼저 숫자를 본다.
송산버섯 스마트팜 제안서에 나온 1동 가격은 약 11평 기준 6,900만원이다. VAT는 별도이다.
규격은 3m×12m×2.8m 또는 4m×9m×2.8m이고, 온도·습도·CO₂ 자동제어와 공조시스템 등이 들어간다.
여기서 놓치면 안 되는 부분도 있었다.
토목공사와 전기 인입공사, 수도공사는 6,900만원에 포함되지 않는다.
나는 이런 부분을 중요하게 본다.
사업제안서를 받을 때 제품가격만 보면 실제 필요한 돈을 잘못 판단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기관에서 "6,900만원이면 전부 설치되는 것입니까?"라고 물었을 때 바로 답할 수 있어야 한다.
사업컨설팅은 좋은 점만 전달하는 일이 아니다.
나중에 문제가 될 수 있는 조건까지 미리 확인하고 알려주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또 하나 확인한 것이 운영 난이도였다.
제안서에는 하루 1~2시간 관리가 가능하다고 되어 있다. 온도·습도·CO₂는 자동으로 제어하고, 밀폐환경에서 연중 재배하는 방식이다.
이 대목에서부터 나는 제품을 보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보기 시작했다.
경로당에 설치한다면 실제 관리하는 사람은 누구인가.
어르신들이 직접 관리할 수 있는가.
고장이 나면 누가 대응하는가.
배지는 누가 공급하는가.
수확한 버섯은 누가 가져가는가.
스마트팜 하나를 설치하는 것보다 이런 질문에 답하는 것이 먼저였다.
2. 대한노인회보다 먼저 경로당을 다시 살펴봤다
두 번째로 한 일은 경로당을 다시 알아보는 일이었다.
대한노인회에 제안한다고 생각하면 자꾸 큰 조직만 보게 된다.
하지만 실제 사업이 이루어질 장소는 경로당이다.
그래서 경로당이 원래 어떤 곳인지부터 확인했다.
보건복지부 자료를 확인해보니 2024년 12월 기준 전국 경로당은 69,287개이다.
경로당은 단순히 어르신들이 쉬는 장소만은 아니다.
보건복지부가 설명하는 경로당의 기능에는 친목 도모, 취미활동, 정보교환과 함께 공동작업장 운영도 들어 있다.
여기서 나는 연결 가능성을 봤다.
스마트팜에서 버섯을 함께 관리하고 수확하는 일이 경로당이라는 공간의 성격과 완전히 동떨어진 것은 아니겠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이것만 가지고 사업이 된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전국에 경로당이 69,287개 있다고 해서 69,287곳이 모두 스마트팜 설치 대상이라는 뜻도 아니다.
설치할 공간이 있어야 한다. 전기와 수도 여건도 봐야 한다. 운영할 사람이 있어야 한다. 지역마다 상황도 다르다.
그래서 처음부터 전국 보급을 생각하기보다 실제 운영이 가능한 곳에서 모델을 검증하는 과정이 먼저라고 봤다.
3. 제품 설명을 기관이 이해하는 사업으로 바꿔봤다
기업은 자연스럽게 제품의 장점을 이야기한다.
8단 재배가 가능하다. 자동제어가 된다. 연중 생산할 수 있다. 하루 1~2시간이면 관리할 수 있다.
모두 필요한 설명이다.
하지만 기관 담당자가 가장 먼저 궁금한 것은 조금 다를 수 있다.
"그래서 우리 어르신들에게 무엇이 좋은가." "왜 경로당에서 해야 하는가." "누가 운영하는가." "돈은 얼마나 들어가는가." "수익이 정말 나는가." "사업이 중간에 멈추지는 않는가."
내가 PM으로 중간에서 해야 할 일이 바로 이것이라고 생각했다.
기업이 가진 기술을 그대로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기관이 궁금해하는 질문으로 다시 바꾸는 일이다.
예를 들어 스마트팜의 '하루 1~2시간 관리'라는 특징도 기업 입장에서는 편리한 자동화 기술이다.
하지만 경로당 사업으로 가져가면 질문이 달라진다.
어르신들이 무리하지 않고 참여할 수 있는가. 몇 명이 역할을 나누면 되는가. 재배교육은 누가 하는가. 관리 책임자는 누구인가.
이렇게 바꿔야 비로소 사업 이야기가 시작된다.
정부의 노인일자리 및 사회활동 지원사업을 살펴봐도 노인이 일자리와 사회활동을 통해 활동적인 노후생활을 보내고 건강과 복지를 높이는 것을 사업 목적으로 두고 있다.
그래서 나는 이번 프로젝트를 단순한 '스마트팜 판매'보다 어르신의 활동과 생산, 소득 가능성을 함께 검토하는 사업으로 보는 것이 맞다고 판단했다.
4. 월 200만원이라는 숫자보다 먼저 따져본 것이 있다
사업을 검토하다 보면 결국 수익 이야기가 나온다.
현재 제안서에는 11평 스마트팜 1동을 기준으로 월 수확량 250kg일 경우 예상매출 350만원, 월 고정지출 150만원, 순수익 200만원이라는 예시가 들어 있다.
300kg을 수확하면 예상매출 420만원, 월 순수익은 270만원으로 계산되어 있다.
숫자만 보면 눈에 들어온다.
하지만 나는 이 숫자를 그대로 기관에 이야기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제안서에도 수매가격은 당시 시세에 따라 변동될 수 있다고 적혀 있기 때문이다. 실제 수익 역시 관리 수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되어 있다.
그래서 내가 보고 싶은 것은 예상수익보다 그 앞단이다.
실제로 250kg을 꾸준히 생산할 수 있는가. 상품과 중품, 하품의 비율은 어느 정도인가. 전기료는 계절에 따라 얼마나 달라지는가. 수매는 어떤 조건으로 이루어지는가. 운송비는 누가 부담하는가. 스마트팜 운영을 맡은 어르신에게 돌아가는 몫과 경로당 운영수익은 어떻게 나눌 것인가.
이런 것들이 확인되어야 '수익사업'이라는 말을 할 수 있다고 본다.
현재 제안서에는 상품 1kg당 18,000원, 중품 13,000원, 하품 8,000원의 수매단가 예시가 있고, 월 지출 약 150만원 가운데 배지 비용 약 110만원, 전기·수도 약 20만원, 물류비 약 20만원으로 계산되어 있다.
나는 이런 숫자를 하나씩 다시 확인하면서 사업을 보고 있다. 사업제안서의 숫자는 출발점이지 결과가 아니기 때문이다.
자주 묻는 질문(FAQ)
Q1. 사업컨설팅은 업체와 기관을 소개해주는 일인가?
소개는 시작일 뿐이다.
실제로는 기업이 가진 제품이나 기술이 기관의 목적과 맞는지 확인하고, 비용과 운영방법, 수익구조 등을 기관이 이해할 수 있는 사업으로 만드는 과정이 더 중요하다.
Q2. 경로당에서 스마트팜 사업을 할 근거가 있는가?
보건복지부는 경로당을 친목·취미활동뿐 아니라 공동작업장 운영과 정보교환 등이 가능한 노인여가복지시설로 설명하고 있다.
다만 이것이 특정 스마트팜 사업에 대한 정부의 승인이나 지원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실제 도입에는 기관과 지자체 등의 별도 검토가 필요하다.
Q3. 11평 스마트팜이면 월 200만원을 벌 수 있는가?
현재 제안서의 수익 시뮬레이션에서는 월 250kg 생산 시 월 200만원의 순수익 예시를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수매가격과 생산량, 관리 수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확정수익으로 표현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
Q4. 기관에 사업을 제안할 때 가장 먼저 무엇을 확인해야 하는가?
내가 이번 프로젝트에서 먼저 본 것은 '이 제품이 얼마나 좋은가'가 아니었다.
'이 기관이 왜 이 사업을 해야 하는가'였다. 이 질문에 한 문장으로 답하기 어렵다면 사업제안서를 만들기 전에 사업모델부터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
마무리
이번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가장 크게 느낀 것은 하나이다.
사업컨설팅은 좋은 제품을 대신 설명해주는 일이 아니었다.
기업이 가진 기술을 살펴보고 기관이 필요한 것을 찾아서, 두 가지가 실제로 돌아갈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일이었다.
그래서 나는 지금도 이 사업을 '전국 6만9천여 경로당에 스마트팜을 보급하는 사업'이라고 단정하지 않는다.
먼저 한 곳에서라도 실제로 운영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누가 운영할 것인지. 비용은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 생산량은 실제로 얼마나 나오는지. 수매는 제대로 이루어지는지. 어르신들에게 어떤 역할과 도움이 생기는지.
이 질문에 하나씩 답이 생겨야 다음 단계로 갈 수 있다.
이 글을 읽는 기업 대표나 기관 담당자 가운데 좋은 제품과 기술은 있는데 어디에, 어떻게 사업으로 연결해야 할지 막막한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럴 때 제품소개서부터 다시 만드는 것보다 먼저 해볼 일이 있다.
우리 제품이 상대 기관의 어떤 문제를 해결하는지 한 문장으로 적어보는 일이다.
나는 지금 송산버섯 스마트팜과 대한노인회 프로젝트에서 그 답을 하나씩 찾아가고 있다.
2편에서는 한 단계 더 들어가려고 한다. 송산버섯 스마트팜이라는 '제품'을 대한노인회가 검토할 수 있는 '사업모델'로 어떻게 바꿨는지 실제 제안서 구조를 가지고 정리해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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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팜 수익성에서 예상매출보다 먼저 확인할 것
댓글로 이야기해보고 싶은 것
좋은 제품이나 기술은 있는데 어느 기관에 어떻게 제안해야 할지 막막했던 경험이 있다면 댓글로 남겨도 좋다.
내가 실제 사업을 검토할 때 어떤 부분부터 확인하는지도 앞으로 하나씩 기록해보려고 한다.
출처
보건복지부 노인여가복지 지원 자료, 2024년 12월 기준 경로당 현황
보건복지부 노인일자리 및 사회활동 지원사업
사단법인 대한노인회중앙회 참송이버섯 스마트팜 보급 사업 제안서
송산버섯 스마트팜 회사소개 및 사업자료
※ 스마트팜 가격, 생산량, 수매단가 및 예상수익은 송산버섯 스마트팜 측 사업 제안자료를 기준으로 작성했다. 실제 계약조건, 설치환경, 생산량 및 시장가격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확정수익을 의미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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